개발자 모임에서 인연이 되어 알게된 J님의 추천으로 우아한 형제들에 지원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추천 해주시면서 많은 팁들을 알려주셨다. 그중에 하나가 배민다움 책을 읽어보는 것이었다.
이 책은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를 대학 교수가 인터뷰 하면서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들과 기업의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내부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예전 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고 '배달의 민족'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최근 나는 힘들고 고민이 많은 상태였다. 내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었지만 지쳤기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성찰할 수 있었고 희망을 느꼈다.
문제의 정의
이 책에서는 문제를 찾는 것과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이야기 한다. 이 책을 읽고 과연 내가 진짜 중요한 문제를 찾았는지 그리고 제대로 정의를 하고 해결을 했는지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간혹 진짜 해결해야할 문제보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에 집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에서 흥미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내가 만드는 서비스의 가치와는 무관할 수가 있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정말 중요한 문제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업과 고객의 정의
기업이 무엇을 할지 '업'을 정의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내 '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프로그래밍 언어나 프레임워크 등의 기술 스택을 넓히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마 첫 직장에서 맨날 같은 일만 했었기 때문에 그런것 같다. 그러다가 두번째 직장에서는 도구를 선택하는 자유가 있었고 또는 어쩔 수 없이 낯선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기술 스택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래서 재미있게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었다. 성취감을 자주 느꼈고 실제로 많이 성장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전문성이 희미해지고 기술적으로 깊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도구보다는 그를 관통하는 설계나 프로그래밍 능력이 더 중요한 것을 느꼈다.)
이 책을 읽고, 이제는 스스로 업을 정하고 핵심 역량을 깊이 파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재미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서 업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 결과 나는 서버 사이드에 대해서 설계하고 개발하고 운영하는 '백앤드 개발자'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사실 내가 기술의 범위를 넓히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 고객들, 즉 회사들에 대한 선택권을 넓히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타겟 고객을 목적없이 확장함으로써 전문성이 모호해졌다. 내 커리어도 맛집 식당처럼 업과 타겟을 정하고 정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PS. 그러나 경험을 넓힌 것은 분명히 나에게 매우 의미있다. 개발자로서 시야가 넓어지고 기술 전반적인 컨셉들을 파악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또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저항이 작아져서 러닝 커브가 좀 줄어들기도 하였다. '이제 넓혀봤으니 깊게 파야지'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내부 문화
내 작은 경험으로는 팀원들의 유대감이 팀의 생산성과 비례한다고 느꼈다. 팀의 생산성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의 생산성에는 정확하게 비례한다. 그래서 우아한 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중에 3번째인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어려운 업무를 하다보면 혹은 혼자 업무를 하다보면 자기만의 세상에 매몰되기 쉽다. 그때 동료의 따뜻한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그게 그 일과 관련이 있다면 내 생각을 환기해주고, 일과 관련이 없어더라도 선한 에너지를 얻는다. 그를 통해서 업무적 외로움을 이겨내고 더 잘 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 결국 그런 잡담을 나눌 수 있는 직원이 경쟁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동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그런 사람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뛰어난 실력보다 팀워크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선한 마음으로 동료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로 자기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을 높게 평가했다. 사실 이런것들은 어떤 지표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재상을 가지고 팀을 꾸린다면 분명히 탄탄하고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고백하건데 개인의 실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신입 개발자 시절에는 그래서 단순히 만능 슈퍼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서 내 한계와 업무적 외로움을 느끼면서 결국 이렇게는 오래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좋은 동료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좋은 동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역시 어른들 말이 틀린거 하나 없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되자.
규칙들
목표를 세웠다면 그에 해당하는 행동을 해야한다. 내가 좋은 동료가 되기로 했다면 팀원들과 잡담하고 고민도 들어주어야 한다. 우아한 형제들은 '송파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11가지 규칙'(이하 송파구 규칙) 을 세웠다.
작은 회사 혹은 스타트업에서는 규칙이 구전되거나 보통 없는 경우가 많다. 두번째 직장이 그런 편이었는데, 자유로운 작은 회사에 일하면서 규칙의 필요성을 자주 느꼈다. 나의 단점을 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11가지 규칙을 보고 나도 이 규칙을 지키기로 마음 먹었다.
반면에 많은 대기업들도 비슷한 규칙들이 있다. 첫번째 회사는 SK의 자회사였 SK는 SKMS가 있었고 그걸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조직도 따로 있다. 'SKMS'와 '송파구 규칙'의 차이점을 적어보자면 'SKMS'는 저기 먼 달나라 이야기 같고 '송파구 규칙'은 내가 지키려고 다이어리 앞장에 적어둔 글 같다. SKMS는 너무 좋은 말들이지만 너무 많고 뭘 어떻게 구체적으로 해야할지 어렵게 느껴진다. 반면에 '송파구 규칙'은 하나하나가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기술하고 있다. 당연히 후자가 더 지키기 쉬우며 그를 통해 내부 공동체의 문화를 공고히 하기 쉬울 거라 예상된다.
PS. 이번에 면접으로 우아한 형제들에 방문하게 되었다. '송파구 규칙'이 업데이트가 된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처럼 끊임없이 패치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한번 감탄했다.
'송파구 규칙'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었는데, 나를 감동 시켰다.
우아한형제들에게 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이같은 생각은 '좋은 조직은 개인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은 무력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바탕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느낀 김봉진 대표
이 책에서은 김봉진 대표의 삶과 살아온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김봉진 대표의 두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첫번째는 굉장한 다독가이다. 많은 책들을 읽었고 그 덕분에 많은 간접 경험들과 그것들이 축적된 통찰이 느껴졌다.
두번째는 구체적인 실행이었다. 작고 명확하게 시작하는 것을 끊임 없이 반복해서 구체적인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그를 명문화 했다. 사실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은 실행력이 떨어지는데 간단하더라도 글로 적어서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예전 트레바리에서 김봉진 대표가 발표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신청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좀 의아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좀 이해가 가게 되었다.
마무리
이 책은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었다. 흡수하듯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면접에 참여했는데 사람들에게서 이 책의 문화가 느껴져서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1차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내부 문화와 규칙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앞으로 구직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아한 형제들의 미래가 기대되며 그리고 나의 미래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