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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달 전쯤 독서 모임에서 번개를 했다. 남산을 좀 걷다가 시원한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해방촌의 작은 서점들을 갔다. 서점들은 작고 책이 빼곡 했다. 걸어 오면서 사람들과 이런 독립 서점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대화를 하기도 했고, 마침 책 선물도 하고 싶어 기어코 책을 샀다.

우선 선물할 책으로는 <지금 난 여름에 있어 - 김미현>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내가 읽을 책으로는 항상 궁금하던 <바깥은 여름 - 김애란> 이 책을 샀다. 나는 여름을 살고 싶어한다. 선물로 줄 책은 여름안에서 여름을 기념하는 책이라면, 내가 읽을 책은 여름 밖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오늘 <바깥은 여름>을 다 읽었다.

바깥은 여름은 단편 소설집이다. 다음의 소설들이 포함되어 있다.

  • 입동: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 이야기
  • 노찬성과 에반: 늙은 유기견을 키우는 조손 가정 이야기
  • 건너편: 이미 경찰로 취업한 여자친구와 오랫동안 공무원 준비하다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려고하는 남자친구 커플의 이야기
  • 침묵의 미래: 소수 언어 박물관에서 거의 평생을 산 소수언어의 마지막 화자 이야기
  • 풍경의 쓸모: 교수 임관을 앞둔 시간 강사와 그의 가족 이야기
  • 가리는 손: 노인 폭력 사태에 휘말린 자녀를 둔 (다문화 가정) 어머니의 이야기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선생이었던 남편이 제자를 구하다가 죽은 이후 아내의 이야기

...

나는 지금 여름을 살고 있다. 가장 뜨겁고 빨리 성장하는 시기이다. 신체도 불편함이 없고, 가족들도 무탈하다. 직업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점점 나와 비슷한 류의 사람들만 만나고 비슷하지 않은 사람들은 피하게 된다.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가끔 여자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스스로의 편협함에 놀랄 때가 많이 있다.

"왜 이걸 못할까?", "왜 노력을 안할까?", "그냥 버티면 되잖아?", "이게 뭐가 무섭지?", "그냥 조심하면 되는거 아냐?"

이 폭력적인 사고 혹은 말의 기반에는 타인의 삶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함을 반영하고 있었다. 내 시야가 매우 좁았고 가만히 있었다가는 점점 더 좁아질것이 뻔했다.

알게 모르게 받고 있는 특권을 누리는 삶 속에서 소설의 이야기들은 깊은 공감과 함께 그들의 삶에 대한 인식을 내게 심어주었다. 결국 문학작품은 허구이지만 분명한 존재들을 인식하게 하고 그로서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

나는 항상 여름에 살고 싶지만 아마 그건 헛된 꿈일 것이다. 인생의 계절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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